기준: 2026.08 |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입사 때 퇴직연금 동의서 받으라고 했는데 DC형이 뭔지 DB형이 뭔지 모르겠다고요? 그냥 사인해버린 분들도 꽤 많습니다. 근데 이 선택 하나가 퇴직 때 수령액에 수천만 원 차이를 만듭니다.
DB형과 DC형, 구조부터 다릅니다
퇴직연금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DB형(확정급여형)과 DC형(확정기여형)입니다.
DB형은 회사가 적립금을 운용합니다. 퇴직 시 수령액은 퇴직 직전 3개월 평균임금 × 근속연수로 확정됩니다. 운용 성과가 나빠도 근로자 수령액은 바뀌지 않습니다. 투자 위험은 회사가 전부 떠안는 구조입니다.
DC형은 다릅니다. 회사가 매년 연간 임금총액의 1/12 이상을 근로자 개인 계좌에 넣어줍니다. 이 돈을 근로자가 직접 굴립니다. 수령액은 적립금 누적액 + 운용손익으로 나옵니다. 잘 굴리면 DB형보다 훨씬 많이 받고, 방치하면 물가 상승률도 못 따라갑니다.
두 유형의 핵심 차이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운용 주체: DB형은 회사, DC형은 근로자 본인이 담당합니다.
수령액 기준: DB형은 퇴직 직전 3개월 평균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한 금액, DC형은 연 임금총액 1/12 적립에 운용손익을 합산한 금액입니다.
투자 위험: DB형은 회사가 부담하고, DC형은 근로자가 부담합니다. 중도인출은 DB형은 불가, DC형은 법정 사유에 한해 가능합니다.
DC형으로 전환한 뒤 다시 DB형으로 되돌아가는 역전환은 불가능합니다. 전환 전 충분히 검토해야 합니다.
DB형이 유리한 상황
임금 상승이 꾸준한 분께는 DB형이 유리합니다. DB형 퇴직금은 퇴직 직전 3개월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하므로, 연봉이 계속 오를수록 퇴직금도 자동으로 불어납니다.
통상 연봉 인상률 4%를 기준으로 유불리가 갈립니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장기 근속하고, 임금피크제 적용 예정이 없다면 DB형을 그대로 유지하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단, 임금피크제가 예정돼 있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58세에 임금이 20% 삭감되면 DB형 기준이 된 임금이 그만큼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10년 이상 쌓아온 근속 기간이 무색해집니다.
DC형이 유리한 상황
이직이 잦은 편이라면 DC형이 낫습니다. DC형은 이직할 때 그동안 쌓인 적립금을 IRP 계좌로 그대로 가져갑니다. 이직할 때마다 퇴직금 정산 절차가 훨씬 단순합니다.
연봉 인상률이 4% 미만이거나 정체돼 있는 경우도 DC형 쪽이 유리합니다. 회사가 매년 적립해주는 돈을 직접 운용해서 높은 수익률을 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24년 기준 DC형 평균 수익률은 8.47%, DB형은 3.53%였습니다.
임금피크제 적용이 1년 안으로 다가왔다면 DC형 전환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단,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하면 이후 다시 DB형으로 돌아오는 역전환은 불가능합니다.
DC형, 직접 운용하는 방법
DC형에 가입하면 운용 지시를 직접 해야 합니다. 아무 지시도 안 하면 디폴트옵션이 자동으로 적용됩니다. 많은 경우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들어가서 물가 상승률도 못 따라가는 수익률이 납니다.
원리금보장형은 정기예금, 원리금보장 ELB, 이율보증형 보험이 해당됩니다. 원금이 보전되고 금리가 미리 확정됩니다. 안정적이지만 수익률이 낮습니다.
실적배당형은 펀드, TDF(타겟데이트펀드), ETF가 포함됩니다. 운용 성과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집니다. 위험자산(주식형 ETF 등)은 전체 적립금의 70%까지만 편입 가능합니다.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퇴직연금 계좌에서 매수할 수 없습니다.
30~40대라면 장기 운용 기간을 활용해서 TDF나 주식형 ETF 비중을 높이는 전략이 많이 사용됩니다. 퇴직이 가까운 50대 이후라면 원리금보장형 비중을 높여 안정화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중도인출과 해지, 생각보다 손해가 큽니다
DC형은 법정 사유에 해당할 때만 중도인출이 됩니다. 주택구입, 주거 임차보증금, 본인 또는 부양가족의 의료비, 재난피해가 대표 사유입니다. 그 외 이유로는 인출이 안 됩니다.
IRP 계좌를 해지할 때는 세금 문제가 있습니다. 세액공제를 받은 납입금과 운용 수익에 기타소득세 16.5%가 부과됩니다. 1,000만 원을 인출한다면 165만 원이 세금으로 빠집니다. 퇴직급여에 해당하는 금액에는 퇴직소득세가 별도로 붙습니다.
단순 세금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중도에 꺼내면 복리 효과가 그 시점에서 끊깁니다. 은퇴 시점 기준으로 따지면 수천만 원의 노후자금을 미리 포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IRP와의 관계
퇴직할 때 DC형에 쌓인 적립금은 IRP(개인형퇴직연금) 계좌로 이전됩니다. IRP에서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하면 연금소득세(3.3~5.5%)가 부과됩니다. 일시금으로 받는 것보다 세율이 훨씬 낮습니다.
재직 중에도 IRP 계좌를 별도로 개설해서 추가 납입이 됩니다. 연금저축과 합산해서 연간 최대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습니다. 회사가 DC형 부담금을 납입하고 있어도 IRP를 따로 운용하는 데는 제약이 없습니다.
전환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은 가능하지만 역전환은 안 됩니다. 전환 전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100lifeplan.fss.or.kr)에서 두 유형 간 수령액을 시뮬레이션해보는 것을 권합니다.
전환 타이밍도 중요합니다. 임금피크제 적용이 1년 안으로 다가왔거나, 연봉 상승이 멈추기 시작한 시점이 일반적으로 DC형 전환을 검토하기 좋은 때입니다.
퇴직금 예상 수령액이 얼마인지 지금 바로 확인해보고 싶다면 퇴직금 계산기를 사용해보세요. 입사일·퇴직일·월 급여를 입력하면 퇴직금 예상액을 바로 계산해줍니다.